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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 드림입니다.

● 비청소년 x 청소년 조합이므로 꺼려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보기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유코는 드물게 악몽을 꿨다.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모코나는 코를 골며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주변이 평온한 걸 알고 유코는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면 대체 왜 꿈을 꾼 걸까. 예지몽이라고 하기에는 꿈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필름처럼 끊겨버린 잔상들은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유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그는 다시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술이라도 마실까 싶어 방을 나왔을 때, 이상하게 불이 켜진 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키미히로라면 잠이 들었을 텐데. 그러면 누가 아직 안 자고 있는 걸까. 방문을 여니, 세이라가 작은 책상에서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세이라 짱, 뭐 하니?”

 “당신은 노크라는 개념을 모르는 거야? 내가 늦은 시간에는 노크하고 오랬지.”

 “몰라. 오늘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런데 세이라 짱은 뭐 하는 중이야?”

 “뭐하는 중이긴. 시험공부하지.”

 “시험공부? 나는 와타누키가 공부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그 선배는 공부 안 해도 먹고 살 뭐가 있는가보지. 그래서, 왜 왔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세이라는 유코에게 고개를 돌리기는커녕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난해한 공식들을 들여다 보며 문제를 풀어가는 그의 모습은 꽤나 진지했다. 하지만 유코는 그런 세이라의 집중력을 방해하기에 걸맞는 이였다. 유코는 세이라가 보던 책을 덮고 다짜고짜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뭐 하자는 거야?”

 “자다 깼단 말이야.”

 “왜.”

 “악몽 꿨어.”

 “당신이? 별 일이네.”

 그제야 세이라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연필을 내려놓고 유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과 달리 긴 머리를 지닌 유코인지라 종종 그가 세이라에게 응석을 부릴 때면 세이라는 지금처럼 유코의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다소 퉁명스럽긴 해도 언제나 세이라의 행동은 다정했다.

 “모르겠어. 오늘따라 잔상만 가득한 꿈이더라고.”

 “그건 진짜 뜻밖인데. 보통 당신은 꿈에서 나온 웬만한 이미지를 다 기억하잖아? 그럼 정말 말 그대로 잔상만 나온 건가.”

 그렇게 말하며 세이라는 유코를 떼냈다. 왜 떼내냐는 불평을 하기도 전에 세이라가 말했다.

 “앉아 있어. 우유라도 데워올게.”

 “세이라 짱은 언제 자니?”

 “공부 끝나고 자지 언제 자.”

 “와타누키는 그냥 자는 것 같았다니까.”

 “그러니까 그건 그 선배가 자신을 과신하는 거라고. 아니면 어디 믿는 구석이 있거나.”

 그 믿는 구석이 아무래도 유코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세이라는 조용히 부엌으로 가 우유를 데웠다. 종종 키미히로가 간식을 만들 때가 있어서 우유 정도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우유를 데우고 컵에 담아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유코가 세이라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뭐야, 왜 당신이 거기 누워 있어.”

 “그러면 좀 어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일어나. 우유 데워온다고 했잖아. 일어나, 유코 씨. 우유 마셔.”

 “정말 데워왔어?”

 “사용인이 고용주한테 해 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 말에 유코는 빙긋 웃으며 침대를 벗어났다. 세이라가 컵 두 잔을 상 위에 올려놓자 그의 반대편에 앉은 유코가 물었다.

 “세이라 짱은 뭐 마시려고?”

 “커피.”

 “잠 못 잘 텐데?”

 “공부해야 한다니까. 같은 말 여러 번 하게 할래?”

 신경질 섞인 말을 건넸기는 해도 유코를 위해 김을 식혀주려 입김을 부는 세이라의 모습에 유코는 웃음을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입김을 불던 세이라가 컵을 유코에게 내밀었다.

 “자.”

 “우리 세이라 짱, 상냥하기도 하지.”

 “대체 어디가.”

 “부끄러워 하기는.”

 “허.”

 헛웃음을 내뱉은 세이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당장 시험이 코앞인데 여유롭게 자고 있다는 키미히로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가 유코를 보았다. 세이라가 데워온 우유를 마시며 조금 진정이 된 듯한 모습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어쨌든 좋아하는 사람이 잠을 편히 못 자는 건 그로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었으니까. 세이라는 커피를 다시 마시다가 입을 열었다.

 “다 마시고 들어가.”

 “너무하다. 정말.”

 “당신이 더 너무해.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들고. 학생을 사용인으로 고용했으면 어느 정도 이런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세이라 짱은 말을 참 잘한다니까.”

 “그만 놀리지?”

 “알았어. 그만할게.”

 그렇게 말한 유코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시다가 이내 쭉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유코를 가만 바라보던 세이라는 입을 열었다.

 “잘 자.”

 “세이라 짱도 무리하지 말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들어가서 자.”

 “잘 자렴.”

 “응.”

 세이라는 유코가 방을 나가는 걸 보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코가 이번에는 깨지 않고 푹 잠들기를 바라며 그는 공책에 마저 필기하기 시작했다.

Editten By ITE(@Uruwashii_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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