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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그러니까 그건 히유에게 있어서 악몽이었다.

 가슴 어딘가가 쓰라리고 아려오는.

 히유의 방에 붙어있는 죄책감이란 이름의 큰 거울은 벌레같이 히유에게 달라붙어 기생하며 점점 더 그 부피를 키워갔다. 그러나 괴물이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믿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 아프기라도 해? 지금 날 웃기려고 이러는 거냐? 농담이지? 제발, 정신 좀 똑바로 차려라. 히유의 곁에 머물렀던 이름 없는 존재들은 그 수가 많았고 그들은 강했다. 그러나 그들보다 개체 수가 적고 어쩔 수 없이 그들보다 약한, 그렇기에 이름이 있는 존재들은 히유를 피해 도망치기 급급했다.

 히유는 그랬다. 그게 외로워서 히유는 그 작고 약한 존재들을 위해 최대한 조심해서 걸었고, 조용히 움직였으며, 더 이상의 전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는 이름 없는 존재들조차도 히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괴물은 괴물이 아닌 이에게 말을 얹지 않는다. 작은 존재를 향한 동정심에 히유의 존재성은 무너졌다.

 히유의 감정이

 히유의 죄책감이

 

 히유의 악몽이

 히유의 어떤 것이

 점점 구체화하여 갔다.

 히유가 사념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히유는 점점 인간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 히유를 괴물들은 손가락질했다.

***

 오늘 소요 공주는 벚꽃을 구경하러 간다고 했다. 히유는 그녀의 머리에 붙은 두어 개의 꽃잎을 떼어주고 서툰 손길로 소요의 머리를 빚어주었다. 소요 공주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허공을 가로질렀다. 소요와 함께한 이후로 히유는 한 번도 악몽을 꾸지 않았다. 소요가 노력했기 때문에 히유는 야토일지언정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소요조차도 이따금 히유를 찾아오는 망령을 막을 수 없었다. 소요는 인간이었으니까. 소요는 맡지 못하는 히유의 피 냄새에서는 구더기가 들끓었다. 야토 주제에, 괴물 주제에, 인간인 척을 하는 같잖은 짐승의 피에 히유의 손에 죽은 령들은 환장을 하며 달려들었다.

 소요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히유는 잠을 자지 않았다. 잠을 자는 것이 더 피곤했다.?필요이상의 악몽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히유는 날이 갈수록 기력이 딸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인간처럼. 그것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아주 기절해 버렸으면. 아니, 꿈조차 꿀 수 없게 죽어버렸으면. 차라리 그랬다면 잠든 소요를 시뻘건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차라리 인간처럼 죽어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꿈을 꿀 수 없게 매일 밤을, 매일 새벽을, 매일매일을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히유는 그런 생각을 했다.

 히유는 생각을 했다.

 낙양의 잿빛 하늘과 야토의 피에 대해서.

 히유는 생각을 했다.

 죽는 것 조차 편하지 못한 괴물의 몸뚱아리에 대해서. 히유는 생각을 하고, 소요는 잠을 자고, 히유는 몸을 웅크린다. 더? 작게, 더 작게, 더 둥글게 몸을 말고 히유는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자고 있었더라?

Editten By ITE(@Uruwashii_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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