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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다. 렉서스는 생각했다. 자신이 이런 끝도 없는 복도를 걸어야 하는 이유를. 플로밀라, 그래. 그녀와 함께 있었던 것 같다. ... 근처에 누군가 더 있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잠시 숨을 내쉬었다.

 "...플로밀라는 어디있는거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단지 평범한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렉서스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건물에 불이났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화재?

 눈을 감았다 뜨니 사방이 불타는 장소였다. 길드, 렉서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져있는 동료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플로밀라. 분명 사람들을 구하겠다면서 이곳저곳 달리고 있겠지. 안심해야만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널부러져있는 시체의 그 어떤 것 쯔음 되겠지. 다행이게도 드래곤 슬레이어의 코는 특별했다. 그것 외에도 자신은 그녀를 찾을 수단이 한개 정도 더 있었으니까. 이곳 저곳에 흩어져있는. 지나치게 선명한 그녀의 냄새를 쫒아 뛰었다.

 

 "플로밀라."

 "렉서스...야?"

 불타는 잔재 근처에 간신히 숨만 내뱉고 있던 그녀를 찾았을 때. 안심했다. 몸이 상처 투성이였지만. 자가회복을 할테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괜찮을거였다. 사실 자신의 세상에 그녀만 있으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을때 렉서스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플로밀라를 사랑한다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빨리 회복을."

 "...하...마력이 없어."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야. 마력이 없어. 그래도...다 구하지 못했어."

 "네 탓이 아니야."

 의사. 회복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로도 그녀는 자신이 베풀 수 있는 배려를 의무화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것임을 렉서스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책하는 그녀에게 한 마디 해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었다.

 "...길드는."

 "알아서 하겠지."

 "..하, 하하... 너무하네. 렉서스. 네 길드야."

 "네 길드이기도 하지."

 플로밀라는 상체를 일으켰다. 렉서스가 그것을 도와주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렉서스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주변은 화재로 온통 잿더미가 되어있었고. 그 마저도 불이 꺼지지 않아 땀에 머리카락이 볼에 붙어있었다. 자신에게 살풋 웃어주는 플로밀라를 보고 렉서스는 입을 벙긋거렸으나. 이내 입을 닫고. 그녀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렸다.

 "마지막이야."

 "...하?"

 플로밀라는 손을 올려 렉서스의 뺨을 쓸었다. 렉서스가 이해 못하겠다는 소리를 냈으나. 거기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이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졌을 뿐이었다. 방금 일어난 일을 그는이해하지 못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렉서스는 고개를 들어 보았다. 푸르른 바다. 생명을 머금은 초록 나무가 우거진 산과 초라한 자신들의 집. 길드가 보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제가 사랑하는 여인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잔혹한 악몽인가. 렉서스는 어서 꿈에서 일어나 그녀와 함께하는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으나. 이것이 꿈일 리 없었다. 그 사실이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평생을 살겠지. 깨어있으나 영원한 악몽을 맞이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렉서스는 눈을 감았다.

Editten By ITE(@Uruwashii_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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